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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영감] 2023 12/3 샤워단상

직업 특성상 ‘어디서 주로 영감을 받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이다.

‘어디서’라는 공간에 특정해 생각해 보면 나 같은 경우는 단연 샤워하는 ‘욕실’에서다.

‘가장 자유로울 때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처럼, 아무 생각 없이 물줄기를 맞고 있을 때 불현듯 영감들이 찾아오곤 한다. 작게는 하고 있는 일 관련한 아이디어들부터 삶의 작은 깨달음들 까지. 

그중 최근에 샤워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를 남겨본다.

<샤워단상>

해외여행을 길게 하면(2주 이상) 처음 3일 정도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그러면서 괜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와, 아직 여행의 반도 안 지났네’, 혹은 ‘하루하루가 이렇게 좋은데 여행한 날보다 여행할 날이 더 많이 남아서 행복하다.’와 같은 감정을 만난다.

그런데 여행 중반이 넘어가면 초반과는 달리 시간이 빠른 기분이 들며 곧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을 길게 살아보지 않아 확답은 못하겠지만 인생의 시간 속도도 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런 인생의 속도를 물리적으로 천천히 가게 만드는 방법은 없겠지만 천천히 느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믿는다.
하루동안 마주하는 순간들을 마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시선과 감각으로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것. 더 깊게 음미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런 기록들을 겨울에 먹을 도토리를 저장해 둔 다람쥐처럼 꺼내보며 맛보는 것. 

지금까지 찾은 방법은 그렇다. 

아마도 인생의 명장면들은 그랜드캐년처럼 크고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낸 일상적인 시간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공간에서 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끼나요? 아무런 생각없이 밖에서 달릴 때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아무런 생각없이 유튜브를 볼 때 인가요?

만약 아직 없다면 그런 곳 하나쯤 찾아보길 바랍니다. 자유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영감을 꽤 자주 만나게 된다면 아마 그곳에 가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지도 모를테니까요.